4. 배당금 받으며 원금 잃은 걸 알게 된 날
배당금 받으며 원금 잃은 걸 알게 된 날, 저는 통장에 찍힌 작은 배당금보다 계좌에 줄어든 원금이 훨씬 크게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배당이 들어오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이 글은 배당주 투자를 시작했던 40대 가장의 실제 시행착오와 후회, 그리고 뒤늦게 정리한 현실적인 점검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 나는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었고, 노후 준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묵직했다. 월급은 늘 빠듯했고, 아이들 교육비와 대출 이자는 매달 정확하게 빠져나갔다. 그래서 배당주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주식을 사두기만 하면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온다는 설명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들렸다. 은행 이자보다 낫고, 오래 들고 있으면 주가도 회복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처음 문제를 인식한 계기는 배당금 입금 알림을 확인한 직후였다. 기분 좋게 증권사 앱을 열었는데, 평가금액이 이상하게 낮았다. 분명 나는 몇 달 전 500만 원 정도를 넣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계좌 평가는 430만 원대였다. 배당금은 들어왔지만 원금이 60만 원 넘게 줄어 있었다.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방금 받은 배당금은 몇 만 원인데, 계좌에서 사라진 돈은 그보다 훨씬 컸다.
그런데도 나는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주식은 원래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지”, “배당 받으면서 기다리면 되지”, “장기투자하면 결국 올라오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당시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손실을 손실로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배당금이라는 작은 위로가 있으니, 내가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 불편한 현실을 피하려는 마음에 가까웠다.
처음 배당주를 샀을 때 나는 회사의 이익 구조나 부채, 배당 지속 가능성 같은 것은 제대로 보지 않았다. 검색창에 “고배당주 추천”, “월배당 ETF”, “배당률 높은 주식” 같은 말만 입력했다. 그러고는 배당률이 높아 보이는 종목을 골랐다. 배당률 7%, 8%라는 숫자가 마치 확정 수익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는 배당률이 높다는 것이 항상 좋은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배당률이 높아 보일 수도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더 부끄러운 것은, 배당락이라는 말도 대충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배당을 받으면 그만큼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을 어디선가 읽기는 했지만, 실제 내 계좌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배당금이 들어오면 그냥 이익이라고만 여겼다. 세금이 빠지고, 주가가 빠지고, 원금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합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다. 알림창의 배당금 숫자만 보고 웃었다가, 평가손익을 보고 조용히 앱을 닫았던 그날이 내 배당 투자에 대한 첫 번째 경고였다.
첫 번째 시행착오는 물타기였다. 주가가 떨어지면 평균단가를 낮추면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조금 떨어질 때마다 추가 매수를 했다. 처음에는 똑똑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평균단가가 내려가는 숫자를 보니 손실이 줄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왜 떨어지는지 모르고 샀다는 점이었다. 회사 실적이 나빠지는지, 산업 자체가 어려운지,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냥 “많이 떨어졌으니 싸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싸진 것이 아니라 위험 신호가 커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시행착오는 배당금 재투자였다. 배당금이 들어오면 같은 종목을 다시 샀다. 책이나 영상에서 복리 효과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배당금을 다시 투자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설명은 정말 달콤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눈덩이가 아니라 젖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손실이 나는 종목에 계속 배당금을 넣으니, 내 돈이 한 종목에 더 묶였다. 재투자는 좋은 방식일 수 있지만, 무엇을 다시 사는지 따져보지 않으면 손실을 키우는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세 번째 시행착오는 배당률만 비교한 것이었다. 나는 종목별 배당률을 엑셀에 정리해놓고 높은 순서대로 보며 흐뭇해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꽤 성실하게 투자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배당률 숫자 하나가 아니었다. 배당금이 꾸준히 나왔는지, 이익이 줄고 있는데 무리해서 배당을 주는 것은 아닌지, 환율이나 금리 변화에 너무 민감한 자산은 아닌지 봐야 했다. 나는 그런 부분을 놓쳤다. 숫자를 정리했지만, 정작 숫자의 의미를 읽지는 못한 셈이다.
가장 크게 잘못 알았던 사실은 “배당금을 받으면 손실이 줄어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계산상으로는 일부 보전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계좌 전체를 보면 배당금 몇 번보다 주가 하락 한 번이 훨씬 클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500만 원을 넣고 1년에 세후 25만 원 정도 배당을 받는다고 해도, 주가가 15%만 하락하면 평가손실은 75만 원이다. 그제야 나는 배당금이 원금을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또 하나의 착각은 “팔지 않으면 손실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나도 그 말을 믿고 싶었다. 팔지 않았으니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말이 항상 맞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업의 상황이 나빠지고, 배당이 줄어들고, 주가가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는다면 계좌에 찍힌 손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내 선택의 결과였고, 기회비용이었다. 그 돈이 다른 곳에 있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뒤늦게 매수 기록을 하나씩 다시 봤다. 언제, 왜 샀는지 메모가 거의 없었다. 그냥 가격이 내려와서, 배당률이 좋아서, 누가 괜찮다고 해서 산 기록뿐이었다. 그때 참 많이 후회했다. 투자보다 먼저 기록이 필요했다. 적어도 내가 어떤 생각으로 샀는지 적어두었다면, 나중에 판단을 고칠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감으로 사고 감정으로 버티다 보니, 손실이 났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내 생각은 꽤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배당주를 현금이 나오는 자산으로만 봤다. 지금은 변동성이 있는 투자 자산으로 본다. 배당은 장점 중 하나일 뿐이고, 원금 변동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함께 봐야 한다. 배당금 입금 알림이 와도 예전처럼 무조건 좋아하지 않는다. 먼저 계좌 전체 수익률을 확인하고, 그 배당이 회사의 실제 이익에서 무리 없이 나온 것인지 다시 살핀다. 조금 차분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겁이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예전처럼 숫자 하나에 들뜨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몇 가지다. 대단한 전문 지식은 아니고, 손실을 겪고 나서 만든 생활 습관에 가깝다.
특히 매수 이유를 적는 습관은 나에게 꽤 도움이 됐다. 예전에는 종목을 사고 나면 기억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히라도 기록한다. 예를 들어 “배당이 꾸준하지만 부채가 늘고 있어 비중은 작게”,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실적 확인 전 추가 매수 금지” 같은 식이다. 멋진 보고서처럼 쓰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중에 계좌가 흔들릴 때 감정에 휘둘리는 일을 조금 줄여준다.
또 하나 바뀐 점은 배당금을 생활비처럼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배당금이 들어오면 뭔가 공짜 돈처럼 느껴졌다. 커피도 사고, 가족 외식비에 보태기도 했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배당금을 쓰고 나면 마음이 더 이상했다. 지금은 배당금이 들어오면 먼저 계좌 전체를 보고, 필요한 경우 현금으로 남겨둔다. 다시 투자하더라도 자동처럼 하지 않고 천천히 본다.
나는 이 경험 이후 주변에서 “배당주 사면 편하지 않냐”고 물으면 조금 조심스럽게 말한다. 배당금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안정감이 원금 손실을 가려버릴 때가 있다. 특히 나처럼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으로 급하게 시작한 사람은 숫자에 쉽게 끌린다. 배당률 8%라는 문구는 크게 보이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작게 보인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이제는 높은 배당보다 내가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이해하고 있는 자산인지부터 생각하려고 한다.
핵심은 단순하다. 배당금은 수익의 전부가 아니며, 원금이 줄어드는 상황을 배당이라는 말로 덮어서는 안 된다. 배당률이 높다고 좋은 투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래 들고 있다고 반드시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 사실을 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앞으로 배당형 자산을 살펴보려는 사람이라면, 다음 단계로 먼저 자신의 기준표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매수 이유, 예상 위험, 손실 시 대응 기준, 배당 감소 가능성,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종이에 적어보는 것이다. 적고 나면 의외로 충동적인 선택이 줄어든다. 그리고 배당금이 들어왔을 때도 그 돈만 보지 말고, 계좌 전체가 건강한지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아직 완벽하지 않다. 지금도 계좌가 흔들리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다만 예전처럼 배당금 하나에 기대어 원금 손실을 외면하지는 않으려 한다. 결국 투자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활과 마음을 얼마나 흔들지 않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며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꼭 남기고 싶다.
배당금이 들어온 아침, 이상한 불편함이 시작됐다
아직도 그날 아침이 꽤 선명하게 기억난다. 출근 준비를 하다가 휴대폰 알림을 봤는데, 증권사 앱에서 배당금 입금 문자가 와 있었다. 금액은 크지 않았다. 점심값 두 번 정도 되는 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월급 말고도 돈이 들어왔다는 사실이, 당시의 나에게는 꽤 근사하게 느껴졌다.그 무렵 나는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었고, 노후 준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묵직했다. 월급은 늘 빠듯했고, 아이들 교육비와 대출 이자는 매달 정확하게 빠져나갔다. 그래서 배당주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이 많이 흔들렸다. 주식을 사두기만 하면 정기적으로 돈이 들어온다는 설명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들렸다. 은행 이자보다 낫고, 오래 들고 있으면 주가도 회복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처음 문제를 인식한 계기는 배당금 입금 알림을 확인한 직후였다. 기분 좋게 증권사 앱을 열었는데, 평가금액이 이상하게 낮았다. 분명 나는 몇 달 전 500만 원 정도를 넣었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계좌 평가는 430만 원대였다. 배당금은 들어왔지만 원금이 60만 원 넘게 줄어 있었다.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방금 받은 배당금은 몇 만 원인데, 계좌에서 사라진 돈은 그보다 훨씬 컸다.
그런데도 나는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주식은 원래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지”, “배당 받으면서 기다리면 되지”, “장기투자하면 결국 올라오겠지”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당시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손실을 손실로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배당금이라는 작은 위로가 있으니, 내가 크게 잘못한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건 냉정한 판단이 아니라 불편한 현실을 피하려는 마음에 가까웠다.
처음 배당주를 샀을 때 나는 회사의 이익 구조나 부채, 배당 지속 가능성 같은 것은 제대로 보지 않았다. 검색창에 “고배당주 추천”, “월배당 ETF”, “배당률 높은 주식” 같은 말만 입력했다. 그러고는 배당률이 높아 보이는 종목을 골랐다. 배당률 7%, 8%라는 숫자가 마치 확정 수익처럼 느껴졌다. 그때 나는 배당률이 높다는 것이 항상 좋은 뜻은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주가가 많이 떨어져서 배당률이 높아 보일 수도 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더 부끄러운 것은, 배당락이라는 말도 대충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배당을 받으면 그만큼 주가가 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을 어디선가 읽기는 했지만, 실제 내 계좌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배당금이 들어오면 그냥 이익이라고만 여겼다. 세금이 빠지고, 주가가 빠지고, 원금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합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다. 알림창의 배당금 숫자만 보고 웃었다가, 평가손익을 보고 조용히 앱을 닫았던 그날이 내 배당 투자에 대한 첫 번째 경고였다.
원금이 줄어든 이유를 찾으며 겪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
그날 이후 나는 며칠 동안 계좌를 자주 열어봤다. 이상하게도 오르면 조금 안심했고, 떨어지면 괜히 짜증이 났다. 배당주 투자는 마음 편한 투자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세를 확인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가도 주가를 보고,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계좌를 들여다봤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가족에게 “장기투자라 괜찮다”고 말했다. 속으로는 전혀 괜찮지 않았는데 말이다.첫 번째 시행착오는 물타기였다. 주가가 떨어지면 평균단가를 낮추면 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조금 떨어질 때마다 추가 매수를 했다. 처음에는 똑똑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평균단가가 내려가는 숫자를 보니 손실이 줄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왜 떨어지는지 모르고 샀다는 점이었다. 회사 실적이 나빠지는지, 산업 자체가 어려운지,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냥 “많이 떨어졌으니 싸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싸진 것이 아니라 위험 신호가 커지고 있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시행착오는 배당금 재투자였다. 배당금이 들어오면 같은 종목을 다시 샀다. 책이나 영상에서 복리 효과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배당금을 다시 투자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설명은 정말 달콤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눈덩이가 아니라 젖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손실이 나는 종목에 계속 배당금을 넣으니, 내 돈이 한 종목에 더 묶였다. 재투자는 좋은 방식일 수 있지만, 무엇을 다시 사는지 따져보지 않으면 손실을 키우는 습관이 될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세 번째 시행착오는 배당률만 비교한 것이었다. 나는 종목별 배당률을 엑셀에 정리해놓고 높은 순서대로 보며 흐뭇해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꽤 성실하게 투자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배당률 숫자 하나가 아니었다. 배당금이 꾸준히 나왔는지, 이익이 줄고 있는데 무리해서 배당을 주는 것은 아닌지, 환율이나 금리 변화에 너무 민감한 자산은 아닌지 봐야 했다. 나는 그런 부분을 놓쳤다. 숫자를 정리했지만, 정작 숫자의 의미를 읽지는 못한 셈이다.
가장 크게 잘못 알았던 사실은 “배당금을 받으면 손실이 줄어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계산상으로는 일부 보전되는 면이 있다. 하지만 계좌 전체를 보면 배당금 몇 번보다 주가 하락 한 번이 훨씬 클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500만 원을 넣고 1년에 세후 25만 원 정도 배당을 받는다고 해도, 주가가 15%만 하락하면 평가손실은 75만 원이다. 그제야 나는 배당금이 원금을 지켜주는 방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꼈다.
또 하나의 착각은 “팔지 않으면 손실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나도 그 말을 믿고 싶었다. 팔지 않았으니 아직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말이 항상 맞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업의 상황이 나빠지고, 배당이 줄어들고, 주가가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는다면 계좌에 찍힌 손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내 선택의 결과였고, 기회비용이었다. 그 돈이 다른 곳에 있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뒤늦게 매수 기록을 하나씩 다시 봤다. 언제, 왜 샀는지 메모가 거의 없었다. 그냥 가격이 내려와서, 배당률이 좋아서, 누가 괜찮다고 해서 산 기록뿐이었다. 그때 참 많이 후회했다. 투자보다 먼저 기록이 필요했다. 적어도 내가 어떤 생각으로 샀는지 적어두었다면, 나중에 판단을 고칠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감으로 사고 감정으로 버티다 보니, 손실이 났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잃은 뒤에야 바뀐 나의 배당주 점검 습관
결국 나는 몇 달에 걸쳐 계좌를 정리했다. 한 번에 다 팔지는 못했다. 손실을 확정하는 일이 생각보다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매도 버튼을 누르기 전에는 늘 망설였다. “조금만 기다리면 오르지 않을까”, “다음 배당까지 받고 팔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미루는 동안에도 주가는 더 빠지기도 했고, 배당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약해졌다. 나는 그 과정에서 배웠다. 배당금을 받는 즐거움보다 원금을 잃는 불안이 더 크다면, 그 투자는 내 성향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시간이 지나며 내 생각은 꽤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배당주를 현금이 나오는 자산으로만 봤다. 지금은 변동성이 있는 투자 자산으로 본다. 배당은 장점 중 하나일 뿐이고, 원금 변동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함께 봐야 한다. 배당금 입금 알림이 와도 예전처럼 무조건 좋아하지 않는다. 먼저 계좌 전체 수익률을 확인하고, 그 배당이 회사의 실제 이익에서 무리 없이 나온 것인지 다시 살핀다. 조금 차분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겁이 많아졌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예전처럼 숫자 하나에 들뜨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도 지키려고 노력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몇 가지다. 대단한 전문 지식은 아니고, 손실을 겪고 나서 만든 생활 습관에 가깝다.
- 첫째, 배당률만 보고 사지 않는다. 배당률이 유난히 높으면 먼저 주가가 왜 빠졌는지 확인한다.
- 둘째, 매수 이유를 짧게라도 적어둔다. “왜 샀는지” 모르면 “왜 팔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 셋째, 배당금보다 총수익률을 먼저 본다. 평가손익, 세금, 환율, 수수료까지 합쳐서 본다.
- 넷째, 한 종목에 몰아넣지 않는다. 확신이 강할수록 오히려 금액을 나누려고 한다.
- 다섯째, 배당이 줄어들 가능성을 생각한다. 배당은 약속된 월급이 아니라 회사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특히 매수 이유를 적는 습관은 나에게 꽤 도움이 됐다. 예전에는 종목을 사고 나면 기억이 흐릿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간단히라도 기록한다. 예를 들어 “배당이 꾸준하지만 부채가 늘고 있어 비중은 작게”,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실적 확인 전 추가 매수 금지” 같은 식이다. 멋진 보고서처럼 쓰지는 못한다. 그래도 나중에 계좌가 흔들릴 때 감정에 휘둘리는 일을 조금 줄여준다.
또 하나 바뀐 점은 배당금을 생활비처럼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배당금이 들어오면 뭔가 공짜 돈처럼 느껴졌다. 커피도 사고, 가족 외식비에 보태기도 했다. 물론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원금이 줄어든 상태에서 배당금을 쓰고 나면 마음이 더 이상했다. 지금은 배당금이 들어오면 먼저 계좌 전체를 보고, 필요한 경우 현금으로 남겨둔다. 다시 투자하더라도 자동처럼 하지 않고 천천히 본다.
나는 이 경험 이후 주변에서 “배당주 사면 편하지 않냐”고 물으면 조금 조심스럽게 말한다. 배당금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분명 있다. 하지만 그 안정감이 원금 손실을 가려버릴 때가 있다. 특히 나처럼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으로 급하게 시작한 사람은 숫자에 쉽게 끌린다. 배당률 8%라는 문구는 크게 보이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작게 보인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이제는 높은 배당보다 내가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이해하고 있는 자산인지부터 생각하려고 한다.
결론: 배당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내 원금과 마음이었다
돌아보면 내가 배당금 받으며 원금 잃은 걸 알게 된 날은 단순히 투자 손실을 확인한 날이 아니었다. 내 욕심과 불안, 그리고 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했던 마음을 마주한 날이었다. 작은 배당금 알림에 기뻐하다가 줄어든 원금을 보고 당황했던 그 순간이, 오히려 내 투자 습관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됐다.핵심은 단순하다. 배당금은 수익의 전부가 아니며, 원금이 줄어드는 상황을 배당이라는 말로 덮어서는 안 된다. 배당률이 높다고 좋은 투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래 들고 있다고 반드시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 사실을 꽤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
앞으로 배당형 자산을 살펴보려는 사람이라면, 다음 단계로 먼저 자신의 기준표를 만들어보면 좋겠다. 매수 이유, 예상 위험, 손실 시 대응 기준, 배당 감소 가능성,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종이에 적어보는 것이다. 적고 나면 의외로 충동적인 선택이 줄어든다. 그리고 배당금이 들어왔을 때도 그 돈만 보지 말고, 계좌 전체가 건강한지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아직 완벽하지 않다. 지금도 계좌가 흔들리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다만 예전처럼 배당금 하나에 기대어 원금 손실을 외면하지는 않으려 한다. 결국 투자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활과 마음을 얼마나 흔들지 않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며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꼭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