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도 안 보고 산 걸 후회한 날

기업 실적도 안 보고 산 걸 후회한 날, 저는 주식 계좌의 파란 숫자를 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하락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제가 놓친 것은 가격이 아니라 회사의 기본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종목을 고르는 방식부터 뉴스를 읽는 습관까지 조금씩 바꾸게 되었습니다.

기업 이름만 보고 들어갔던 성급한 선택


처음 문제를 인식한 계기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어느 평범한 평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습관처럼 주식 앱을 열었는데 제가 전날 매수한 종목이 장 시작과 동시에 크게 빠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요즘 시장이 원래 좀 출렁이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40대 중반이 되니 괜히 조급한 모습을 보이기 싫은 마음도 있었고, 예전에도 하루 이틀 빠졌다가 다시 올라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지나도 하락은 멈추지 않았고, 종목 게시판에는 실적 부진, 비용 증가, 전망 하향 같은 말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뒤늦게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익숙했습니다. 주변에서도 한 번쯤 들어본 기업이었고, 저 역시 그 브랜드를 일상에서 꽤 자주 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기업이 당연히 안정적일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이 정도 이름 있는 기업이면 크게 망가지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참 안일한 판단이었습니다. 기업 이름이 익숙하다는 것과 실제 사업이 돈을 잘 벌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인데, 저는 그 둘을 거의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사실 그 종목을 산 이유도 부끄러울 만큼 단순했습니다.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저평가 구간”이라는 말을 들었고, 댓글에도 곧 반등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저는 그 말들을 듣고 스스로 확인했다는 착각을 했습니다. 차트를 몇 번 보고, 최근 주가가 많이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싸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에는 ‘많이 빠졌으니 이제 오르겠지’라는 생각이 꽤 강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많이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빠진 이유가 있었고, 저는 그 이유를 보지 않은 채 숫자만 보고 들어갔습니다.

첫 번째 시행착오는 매수 전에 공시를 전혀 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회사가 어떤 사업으로 돈을 버는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최근 분기 실적 발표가 이미 나왔는데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저 “대기업 계열이니까”, “브랜드가 유명하니까”, “뉴스에서 자주 보이니까”라는 이유로 마음을 편하게 먹었습니다. 주식을 산 것이 아니라, 익숙함을 산 셈이었습니다. 그날 오후 계좌를 보며 느낀 답답함은 아직도 기억납니다. 손실 금액보다 더 속상했던 것은 제가 너무 대충 판단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실적을 몰랐던 내가 뒤늦게 확인한 것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야 저는 노트북을 켜고 해당 기업의 실적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냥 넘겼을 텐데, 그날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분기보고서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회계 용어도 낯설었고, 숫자가 빽빽하게 적힌 화면을 보면 금세 눈이 피곤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재무제표를 보는 일을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손실을 겪고 나니 최소한 기본적인 숫자는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확인한 것은 매출과 영업이익이었습니다. 저는 그전까지 매출이 크면 좋은 회사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서를 보니 매출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 있었습니다. 비용이 늘었고, 일부 사업 부문은 기대보다 부진했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시장에서는 이미 그런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사 몇 개만 찾아봤어도 알 수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뒤늦게 알고 허탈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시장은 이미 숫자를 반영하고 있었고, 저는 뒤늦게 소문만 듣고 들어간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잘못 알았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저는 주가가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적이 나빠지고 있으면 낮아진 가격도 여전히 비쌀 수 있었습니다. 또 배당을 준다는 말만 듣고 안정적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실제로는 배당보다 중요한 것이 앞으로도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지였습니다. 저는 PER이나 PBR 같은 지표도 이름만 들어봤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숫자가 낮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는데, 왜 낮아졌는지를 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작은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종목을 보기 전에 먼저 최근 3개 분기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흐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주요 사업이 무엇인지, 최근 비용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어려운 용어는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았습니다. 최소한 “돈을 더 잘 벌고 있는지, 덜 벌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보고서를 읽다가 이해가 안 돼서 몇 번이나 검색창을 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한 번씩 확인하고 나니, 예전처럼 남의 말만 듣고 성급하게 매수하는 일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투자 공부라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문가처럼 복잡한 모델을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내가 산 기업이 최근에 돈을 벌고 있는지, 부채가 지나치게 늘지는 않았는지, 시장의 기대와 실제 결과가 얼마나 다른지 정도는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 정도만 봤어도 당시의 실수는 피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손실이 아깝지 않았다는 말은 못 하겠습니다. 다만 그 손실 덕분에 제가 얼마나 무심하게 돈을 움직였는지 알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후회에서 끝내지 않기 위해 만든 나만의 기준


시간이 지나면서 제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주식 투자를 빠르게 사고파는 게임처럼 여겼습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면 따라 사고, 조금 오르면 기분 좋아하고, 조금 내리면 불안해했습니다. 특히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월급 외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그래서 더 빠른 결과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기업 실적도 안 보고 산 걸 후회한 날 이후로는, 빨리 벌고 싶은 마음보다 크게 잃지 않는 습관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든 기준은 아주 단순합니다. 첫째, 최근 실적 발표일을 확인합니다. 실적 발표 직전이나 직후에는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으니 적어도 내용을 알고 있어야 마음이 덜 흔들립니다. 둘째, 매출과 영업이익 흐름을 봅니다. 숫자가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만 봐도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셋째,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업은 무리해서 사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모르는 분야일수록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지금은 모르면 일단 멈춥니다. 이해하지 못한 채 들어가는 돈은 결국 불안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실적으로 독자가 따라 할 수 있는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종목을 사기 전에 10분만 시간을 내도 달라집니다. 포털 금융 페이지에서 최근 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회사 공시에서 분기보고서의 사업 내용을 훑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뉴스 제목만이라도 5개 정도 읽어보면 좋습니다. 좋은 뉴스만 보지 말고 부정적인 기사도 함께 봐야 합니다. 저는 예전에는 좋은 이야기만 찾아 읽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판단이 아니라 위안에 가까웠습니다.

또 하나의 팁은 매수 이유를 짧게 적어두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노트에 종목명, 매수 이유, 확인한 실적, 걱정되는 점을 적습니다. 대단한 분석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있음”, “신사업 기대감은 있으나 아직 숫자로 확인되지 않음” 같은 식입니다. 이렇게 적어두면 나중에 주가가 흔들릴 때 내가 왜 샀는지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유가 틀렸다면 인정하기도 조금 쉬워집니다. 예전의 저는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손실을 더 키운 적도 있었습니다.

후회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여전히 분위기에 휩쓸리고, 괜히 놓칠 것 같은 마음이 올라옵니다. 다만 이제는 그 마음이 들 때 바로 매수 버튼을 누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실적표를 한 번 더 봅니다. 그 짧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실수를 막아줍니다. 결국 제게 남은 가장 큰 교훈은 단순했습니다. 주가는 매일 흔들리지만, 기업의 실적은 그 흔들림을 바라보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마무리하자면, 제가 겪은 가장 큰 실수는 주가가 많이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싸다고 믿은 것이었습니다. 익숙한 기업 이름, 주변의 긍정적인 말, 화려한 전망만 보고 정작 기업 실적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손실보다 더 큰 찝찝함과 후회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저는 매수 전에 실적을 확인하고, 모르는 사업은 피하고, 판단 이유를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완벽한 판단을 할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아무 근거 없이 서두르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음 단계로는 관심 종목을 정리해두고, 분기 실적이 나올 때마다 한 번씩 업데이트해보려 합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제 돈이 들어가는 일인 만큼 최소한의 확인은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며 투자 판단은 본인 책임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꼭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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